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인식 체계에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 떄가 있습니다. 그림에 나무가 그려져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나무로 인식합니다. 나무의 이미지와 나무라는 개념(언어)을 연결한 것입니다. 회화의 역사는 오랫동안 이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합의를 깨려고 시도한 화가입니다. 이미지와 언어, 이미지와 사물,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연결은 후천적이고 의도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지 자연적이고 필연적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흡사 기호학 공부를 하듯 그림을 보게 만드는 작가이죠...마그리트 그림을 설명할 때 ‘데페이즈망 기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일상적 사물을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낯선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한 느낌을 연출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