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지극히 육감적인 장소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이 관음적 방랑자가 도구(즉, 카메라)를 쥐게되면 곧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다...만보자는 도시의 겉모습보다는 도시의 어둡고 흉한 구석, 도시에서 방치된 사람들-다시 말해서 범죄를 탐지하는 탐정처럼 사진작가가 ‘탐지’해 놓은 현실, 즉 부르주아적 삶의 허울 뒤에 감춰진 현실에 매력을 느낀다...열정적이면서도 관대하고 호기심이 강하면서도 무심한 중간 계급의 기본 태도, 이른바 휴머니즘이라는 것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했다-빈민가를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배경으로 여긴 그 휴머니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