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부터 화가와 사진작가는 여러모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용했는데 그 방법은 정반대이다. 화가는 구성하지만 사진작가는 드러낸다. 즉, 사진에서는 피사체를 확인하려면 우선 그 피사체를 지각해야 하지만 회화에서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사진에서는 (회화에서 중시되는)스타일의 형식적 특징이 부차적으로만 중요할 뿐, 무엇을 찍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즉, 어떤 사진(특히 너무 가까이에서, 혹은 너무 멀리에서 찍힌 탓에 도통 알아보기 힘든 이미지를 담고 있는 사진)을 볼 때, 우리는 그 사진이 세계의 어떤 단면인지를 알기 전에는 그 사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카메라는 무엇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는 행위를 부추기며, 보는 행위 자체를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