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랭 대수도원장을 지낸 파우스투스(Faustus)는 펠라기우스와 어거스틴에 대항하여 <은총에 관하여, De Gratia>를 저술했는데, 그는 먼저 원죄를 부정하고 인간의 완전한 자유의지를 신봉한 펠라기우스주의를 반박하고, 원죄를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보편적인 힘으로 보았으며, 이 힘은 하나님의 은총이 없이는 극복할 수 없고 그리스도인의 삶과 행동에 하나님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어거스틴의 주장과 달리 인간이 타고난 의지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하는 결단을 내릴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타락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인간은 ‘믿으려는 감정’을 가지고 ‘믿음의 시작’을 결단할 수 있다고 했다. 상호 대척점에 있는 주장들을 절반씩 취했다는 이유로 교회사에선 이들을 ‘반(semi)펠라기우스주의’라 부른다...타락도 완전 타락이 아니라 부분 타락으로 보았다. 결국 그들이 정리한 결론은 “하나님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 손을 내밀 때 인간 쪽에서도 같이 손을 내밀어 서로 붙잡을 때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른바 ‘신인협력설’(Synergism)이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