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히로시...그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생각할 때 ‘자신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장소’에 관해서도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그는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예로 들어 이 ‘장소’와 ‘자신’의 관계를 매우 알기 쉽게 설명했다. 본래 자신이라는 존재는 타인과 쉽게는 섞이지 않는 단단한 부분과 타인과 섞임으로써 유연하게 모습을 바꾸는 부분이라는 이중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이것이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복수의 사람이 존재하는 ‘장소’는 말하자면 달걀을 깨기 위한 그릇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은 깨져서 그곳에 담긴 달걀이다. 달걀을 깨면 흰자끼리는 서로 섞여서 경계선을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노른자는 결코 섞이지 않고 그릇 안에서 식별 가능한 상태로 계속 존재한다. 이 흰자와 노른자가 자신이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