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표시하는 두 가지 형태가 갖는 차이의 본질은 아날로그 형식이 과거와 미래와의 관계 속에서 현재를 보여주며, 보다 더 지속적인 느낌을 준다는 데 있다. 이에 비해 디지털 형식은 현재 시간만을 표시하고 시간의 흐름을 숫자의 갑작스러운 변화로만 재현하여 마치 시간이 단절된 단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일반적으로 아날로그식 기호는 지속이라는 범주 속에서 점층, 점강되어 이웃한 것끼리의 관계를 만들어낸다...풍부함, 복잡함, 지속성 등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기호들은 일련의 단위들로 분절되어 단절된 속성을 드러낸다. 영과 일, 켬과 끔, 이것과 저것, 흑과 백, 명과 암, 삶과 죽음 등의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음악과 같은 아날로그 형식은 때로 디지털 형식으로도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