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자의 용어를 쓰자면, 사진이 지닌 최고의 소명은 인간에게 인간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사진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확인해줄 뿐. “진정으로 동시대를 기록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시각적 효과에서 설명을 배제해야만 할 것이다”...”사진은 비밀에 대한 비밀이다. 사진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 할수록, 당신이 아느 것은 더 줄어들게 된다.” 무엇인가를 이해하게끔 만들어준다는 환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진을 통해서 바라보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이 세계를 취득의 대상으로만 여기게 만들며, 결국 미적 의식은 고양시킬지언정 정서를 메마르게 만든다...야심적인 전문 사진작가에게(아름다움의 추구에 대한 형식주의적 정당화 대신) 휴머니즘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된 이유는 휴머니즘이야말로 사진 산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혼란, 간단히 말해서 진실과 아름다움을 둘러싼 혼란을 감춰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