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불타오르는 지옥문의 입구를 지나갈 때 사악한 마귀 하나가 그의 뒤를 따라오면서 온갖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들을 그의 귀에 소근거렸는데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었다...아무리 비방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고, 귀를 막아 본다거나 그런 비방이 어디서 들려오는가를 분별해 낼 수 있는 힘마저 상실하고 있었다. 이처럼 아무런 위안도 얻을 수 없는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으로 꽤 오랜 시간을 걸어가고 있을 때, 그는 앞서가는 어떤 사람이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시23:4)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이 소리를 들은 크리스천은 몹시 반갑고 즐거웠는데 그 이유는 이러했다. 첫째, 그 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하나님을 경외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골짜기를 걷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고, 둘째, 이렇게 어둡고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셨거늘 자기 자신과 함께하실 것이 틀림없으며 단지 이곳에 잇는 여러 가지 장애물 때문에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며(욥9:11), 셋째, 이렇게 계속 쉬지않고 나아가노라면 조만간 동료를 만나게 되리라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