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Search
메모
🔥
페이지
다시 말해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는 게 아니라 믿는대로 세상을, 대상을, 그림을 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경험, 기억,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그림을 보고 다른 의미를 찾거나 다른 감정을 느끼는 일이 벌어지죠...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책 [다시, 그림이다]에서 시지각의 이러한 특수성을 ‘기억과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둘의 기억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요. 호크니는 우리가 흔히 상정하는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Open
🔥🔥🔥
81
작가는 작품에 대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지만, 작가도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을 완전히 설명해낼 수 없습니다.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자신의 강박, 편견, 성품 등을 작품 속에 흘려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고요. 무엇보다 작가로서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면 답이 쉽게 나오는 듯해요. 저는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으로 책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즐겨주는 독자를 만날 때 정말 행복합니다. 팩트체크하듯 “이 문장은 이런 의도로 쓰신 건가요?”라고 설명을 요청한다면 즐겁기보다는 진땀이 날 것 같아요.
Open
🔥🔥
111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인식 체계에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 떄가 있습니다. 그림에 나무가 그려져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나무로 인식합니다. 나무의 이미지와 나무라는 개념(언어)을 연결한 것입니다. 회화의 역사는 오랫동안 이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 합의를 깨려고 시도한 화가입니다. 이미지와 언어, 이미지와 사물, 이미지와 개념 사이의 연결은 후천적이고 의도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지 자연적이고 필연적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흡사 기호학 공부를 하듯 그림을 보게 만드는 작가이죠...마그리트 그림을 설명할 때 ‘데페이즈망 기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일상적 사물을 원래의 맥락에서 떼어내 낯선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기이한 느낌을 연출하는 방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Open
🔥🔥
256
미술관 감상 질문지. Q1.만약 당신이 이 작품에 제목을 붙인다면 뭐라고 하겠어요? Q2.작품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먼저, 멀리에서 큰 덩어리로 봅니다. 첫눈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역에 무엇이 있는지 적어보세요. Q3.작품을 가까이에서 쪼개어 보세요. 첫눈에 봤을 때 놓친 게 있었나요? 있다면 적어보세요. Q4.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은 무엇인가요?
Open
🔥🔥
277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이유는 우리가 막연히 미술의 정론이라고 여기는 관점도 누군가의 주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도 자기 시대의 한계와 개인사의 자장 안에서 대상을 보고, 선택하고, 배제합니다. 우리가 미술관이나 미술책에서 만나는 작품은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걸작이어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침 선택할 권한을 가졌던 사람들의 견해에 의해 그곳에 있는 것입니다.
Open
🔥
71
COUNT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