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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에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양식화는 직관력이 아니라 구도를 체계적으로 좇음으로써 처참한 결과만을 안겨 줄 뿐이죠. 당신이 생각하는 인류의 개념에 부합하는 유일한 예술은 바로 시선에, 그리고 어떤 장소, 어떤 곳에 놓이게 되는 우연성에 있지, 결코 작위적인 구도에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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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금 여기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조작하거나 속이려 들면 안 됩니다...사라지는 것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순간적인 것이며 덧없는 제스처, 두 번 다시 지을 수 없는 미소 따위를 붙잡아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지만(내 친구들한텐 끔직한 일이죠), 그렇게 항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만 현실을 포착할 수 있는 거죠...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이 세상 앞에 그저 수동적으로 서 있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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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진가들은 화폭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는 달리 순간적으로 본능과 직관에 따라 작업합니다. 우리는 특정 디테일을 ‘집어내고’ 분석하지요. 반면에, 화가는 명상과 합성을 통해 작업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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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뷰파인더 안에 포착된 이미지에 완전히 몰입합니다. 이런 태도는 감수성과 집중력뿐만 아니라, 내 경우엔 기하학의 정신도 필요로 하지요. 그래야만 나 자신을 잊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하나의 태도이고, 존재 방식이고, 사는 방식입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현실에 맞닥뜨리게 되면 직관력이 발동하지요.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시각적 조직화가 자리잡습니다. 불과 일 초도 되지 않는 순간 동안 말입니다. 숨을 멈춥니다...마음과 머리, 특히 시선을 그리로 모읍니다. 그러고선, 찰칵! 나는 언제나 그 순간, 이미지를 포착하는 바로 그 순간에 기쁨을 느낍니다. 차후에 찬찬히 지켜볼 때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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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라이카를 가지고 다닐 때면 언제나 카메라 셔터속도는 1/100초에, 조리개 값은 f/11에서 f/8 사이에 맞춰 놓습니다. 근사치긴 하지만, 적당한 평균값이지요. 거리는 약 3미터에 맞춥니다. 왜냐하면 언제 사진을 찍게 될지 알 수 없고 예기치 못한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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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가 관심을 갖는 회화의 조형적 측면을 그대로 가졌을 뿐 아니라, 나에겐 일기를 쓰는 행위와도 같습니다...나는 내 시선을 끄는 것들을 지켜보는 증인에 불과할 뿐입니다...특정 주제가 주어질 경우 나는 그 주제에 열광하고, 증인으로 지켜볼 따름인 바로 그 대상을 기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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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에게 기하학이란 추상화이고 주어진 구조이며, 리얼리즘이란 현실에 생명을 부여하는 피와 살입니다...이미지는 사진가의 개성이 투사된 모습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사진의 세계에는 경쟁이 끼어들 수 없는 것이죠...사진에 경쟁이 있을 수 없는 것은, 사람들은 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너무 다른 방식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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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이런 종류의 언론사 소속 사진기자들은 상상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상황에 접근합니다. 어떤 부류의 역사가가 워털루 전투를 묘사하는 글을 읽는 격이죠. 무수히 많은 대포가 동원됐고, 굉장히 많은 부상자가 생겨났다... 그런 유의 사진은 설명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스탕달의 소설 [파르마의 수도원]을 읽으면 마치 우리 자신이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는 듯하고, 중요성을 띠는 세세한 디테일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장에서 작업하는 방식이지요. 두드러진 디테일 하나가 일순간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주변엔 그 자체로 시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진 대신에 지루하고 교훈적인 설명이 넘치는 잡지들이 널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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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과 구도, 기하학...황금분할...그런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내재화하여 거의 반사작용처럼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 이 순간 선생을 관찰하면서 선생의 안경 선과 선생 뒤편에 놓인 탁자 선에 저절로 눈길이 갑니다. 선생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면 두 선이 서로 호응합니다. 조형적 리듬이 존재하는 거죠. 비록 카메라는 없지만 내 눈은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그 시선을 통해 기쁨을 느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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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렌즈는 50밀리입니다. 35밀리는 너무 크고 넓습니다! 35밀리 렌즈로 작업하면 누구라도 틴토레토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모든 것이 선명하지만 왜곡이 있습니다. 반면에, 50밀리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어쨌든 나는 50밀리가 인간의 시선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50밀리만 가지면 거리며 풍경, 초상사진 등 모든 걸 해낼 수 있습니다. 화가의 눈을 가졌고 시각적 문법을 꿰고 있다면, 35밀리를 사용하면 깊이감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도 50밀리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회화와 데생, 사진, 다큐멘터리는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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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찍는 사진 사진에는 완전한 설명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캡션’이란 것이 달리는데, 이를테면 이미지에 대한 언어적 맥락이 뒤따릅니다...이미지와 글 사이에 의미의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바로 우리가 그 캡션을 답니다. 우리는 이미지 위에 글을 쓰는 셈이지, 글에 이미지를 덧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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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다른 사람 눈에 띄지도 않고, 가능한 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않고, 그 무엇도 ‘꾸미지’ 않으며, 단지 그곳에 있으면서, 그 무엇도 방해하지 않도록, 살금살금, 아주 살며시 다가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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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진들은 찍히는 순간 사진가를 뛰어넘습니다. 다시 말해, 그 누구도 그 사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얼마나 완전한 의미를 가질지도 알 수 없다는 뜻이지요. 우린 그저 본능적으로 작업합니다. 하이드 파크의 벤치에 체크무늬 외투를 입고 앉아 있는 노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일순간 그곳에 앉아 있는 노파를 봤을 땐 숨죽인 채 렌즈에 담았습니다. 그 노파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하지만 난 그 노파를 봤고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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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친구와 함께 르포여행을 떠난다면 필연적으로 그 친구와 대화를 하게 될 테고 그러다 보면 뭔가를 놓치기 십상이죠. 뭔가를 찾아내려면 긴장할 수밖엔 없을 텐데, 그 긴장감을 혼자서 짊어질 줄 알아야 합니다. 사진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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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가 누리는 가장 커다란 혜택은 주위로부터의 인정이나 성공 따위가 아니라,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즉, 우리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중요성을 띨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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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예술가입니다. 우리들 각자는 모두 감각을 가졌지만 자신이 느끼는 바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작업을 통해서 느끼는 바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사진이란 집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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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데생을 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시간과 끊임없이 투쟁을 벌인다는 놀라운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상들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덧없이 흘러갑니다. 사진 찍고 있는 젊은 여성에게, “방금 전 그 미소를 다시 한번 지어 보세요!”라고 말할 순 없죠. 이미 지나가 버린 거니까요...나는 중국이며 아프리카, 미국 등 그 어디를 가더라도 마치 도둑처럼 행동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소매치기와 곡예사의 중간쯤에 자리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한테서 뭔가를 훔치는 셈입니다. 그들의 이미지, 교양 같은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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