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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디테일을 통한 전체의 복원이에요. 얼핏 본 인물의 몽타주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부서진 두개골이나 조각 난 항아리를 짜 맞추듯, 파편과 파편 사이 떨어져 나간 부분을 만들어 넣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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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보여줄 수는 있어요. 디테일이란 그런 거예요. 자신이 느낀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최상이에요. 디테일 하나는 수많은 말을 대신해요. 가령 아빠 장례식 날, 다섯 살짜리 사내애가 제상 위의 촛불을 불면서 노는 모습을 무어라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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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유의사항이에요. 우선 각주가 필요하면 시가 아니에요. 시는 다른 정보가 필요 없어야 해요. 또 ‘원샷’으로 가야지, 뒤로 돌아가 뜻을 찾으면 한참 늦어요. 그리고 전체를 다 그리면 아무것도 안 그린 거나 마찬가지예요. 부분을 그려주면 그 안에 전체가 다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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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기울기는 ‘그리고’ ‘그런데’ ‘그러나’같은 접속사에 의해 만들어져요. ‘그리고’는 너무 밋밋하고 ‘그러나’는 너무 가팔라요. 이상적인 각도는 ‘그런데’가 아닐까 해요. ‘그런데’는 벨트의 운동 방향을 무리 없이 바꿔주는 톱니바퀴 역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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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말하는 게 아니라, 말을 숨기는 거예요. 혹은 숨김으로써 말하는 거예요. 슬픔을 감추는 것이 슬픔이에요. 슬픔에게 복수하려면, 슬픔이 왔을 때 태연히 시치미를 떼야 해요. 그것이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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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때는 종아리 걷고 찬물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있어야 해요. 일상에서 거북하고 불편한 것이 글에서는 좋은 거예요. 어떤 글에나 울컥 쏟아내는 것이 있어야 해요. 그건 내가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것이고, 그게 진짜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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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비유를 만들 수 있는 것만이 나의 앎이고, 내가 아는 것만이 나의 삶이에요. 남이 만든 비유를 사용하는 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과 같아요. 짐승들 나무줄기에 몸을 비벼 체취를 남기는 건 영역 표시라 하지요. 또 하룻밤 같이 지낸 사람은 눈에 흙 들어오도록 잊을 수 없다고 하지요. 비유란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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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건 말의 수로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시를 통해 말은 자연스럽게 나를 통과할 수 있어요. 억지로 말을 끌어당기면 안 돼요. 기다리고 지켜보는 게 내가 할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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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거꾸로 가야 해요. 시는 희미한 것을 뚜렷하게 하고, 안 보이는 것을 보이게 하고, 같은 것을 다르게 하고, 없는 것을 있게 해요. 지금 나는 ‘살아 있다’하는 대신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세요. ‘희망은 절망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그것을 증명하는 게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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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남의 기분을 살피고 남의 뜻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위선이 많아요. 그러나 혼잣말은 늘 진실해요. 혼잣말하면서 거짓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시는 자기한테 하는 말이에요. 진실한 말은 항상 목소리가 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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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딱 멈출 때 힘이 생겨요. 선악이 아닌라 성숙과 미성숙이 있을 뿐이라 하지만, 결국 자기 통제력의 문제겠지요. 죽을 때 누구나 속옷을 더럽히는 건 괄약근이 풀어지기 때문이라 해요. 예술 또한 괄약근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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