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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보다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현상을 바라보고, 현상의 이면을 뒤집어 볼 수 있어야 하며, 현상의 이면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질문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다큐멘터리스트는 모든 곳에서 질문을 찾아낸다. 다큐멘터리스트는 일상의 회의주의자다.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을 때, 공고한 현실의 균열로부터 ‘다른’ 어떤 것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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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은 시퀀스가 아니라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시퀀스와 시퀀스를 연결하는 연결 논리, 즉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의 인과관계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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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개인적 끌림을 사회화하여 하나의 청사진으로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사적 다큐라 하더라도 그것이 타자와 나눌 만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지극히 사적인 개인사나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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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선생님은 당시 시체실로 쓰이던 상무관에 배정되었다는데 첫날 상무관에 들어섰을 때 뭘 보셨나요? 그 광경을 좀 설명해주세요.”...세부적인 사항을 하나씩 짚어주는 것도 좋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저절로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게 되고, 상황 설명을 넘어 당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기에 이른다...”사람이 죽은 것을 본 적이 있었나요? 처음 시신을 보았을 때 뭐가 가장 먼저 보였나요?” 뻔하게 예상되는 질문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의 질문이 나올 때 인간의 두뇌는 준비되지 않은 ‘날것’의 답변을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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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본적으로 예술로서의 다큐멘터리를 지지한다...우선되어야 할 전제는, 모든 예술이 그렇긴 하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더욱더 특별히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장르라는 사실이다. 앞에서도 누차 이야기했지만 다큐멘터리는 ‘지금’, ‘이곳’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지금’, ‘이곳’의 관객들과 교감하여 ‘지금’, ‘이곳’의 현실을 보다 나은 것으로 변화시키려는 욕망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작품의 형식적 태도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그 작품이 관객과 소통하는 데 과연 성공했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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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방식으로 말하든 내 말(내가 보고 느끼고 발견한 것)의 의미를 관객들이 알아듣고 내 말(내가 보고 느끼고 발견한 것)에 공감하고 동의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수용자와의 교감을 원하는 것은 어떤 예술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특히 더 그러한 소통을 갈망하며, 나아가 관객을 설득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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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일기장이 아니다. 일기의 형식을 빌려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글이 개인의 일기인지 문학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그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과 맞닿아 있느냐 아니냐, 그 글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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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그 무엇’은 감독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영화 속에서 그 인물 자신이 말해야 하는 것이기에 ‘말해야 하는 그 무엇’을 드러내줄 주인공의 에피소드, 행위, 이미지는 그대로 내러티브에 투영되게 마련이다...그것은 한 인물을 오래 ‘본’ 자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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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그녀의 인터뷰 방법론이었다. “인터뷰란 싸움이다. 남녀의 육체적 관계와 같은 것이다. 상대를 발가벗기고 자신도 발가벗은 채 서로가 숨기는 것 없이 인격 전부를 걸고 맞서는 싸움이어야 한다.” 그녀가 자신의 인터뷰에 대해 했던 말은 깊이 새겨볼 만하다. 지극히 사적 경험을 묻는 인터뷰에서도 그것은 일종의 ‘싸움’이다...상대를 안다는 것은 동시에 더 많은 질문거리도 파생시키는 일이다. 휴먼 다큐에서 좋은 인터뷰는 결국 그 인간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인간을 ‘아는’것이야말로 보다 예리하고 보다 풍부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하는 자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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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매체다. 텍스트는 읽고, 따져보면서 읽고, 다시 돌아가 읽는 것도 가능하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보다 느끼는 것에 더 적합하다. 보는 순간의 정서가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매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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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란 무엇일까? 할 이야기는 이미 다 끝났다. 그런 후에 관객이 지나간 이야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그 이야기를 감정의 차원에서 충분히 느끼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라고 나는 해석한다. 관객이 주체가 되어 느끼는 시간을 주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부의 장면이 그러하듯이 엔딩의 장면도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면 좋다. 그래야 관객은 자신의 해석과 감정을 갖고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내레이션이 있는 다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 것이, 결말부에 쐐기를 박듯이 설명적 결론을 줄줄 읊어주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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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라는 것은 그것이 실재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상관없이, 감독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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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가 되는 법]에서 다큐멘터리의 대상과 목표는 명확하지 않다...이 다큐멘터리는 ‘하잘것없고 미미하게만 느껴지는 버려진 의자 같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 해답 자체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므로 그것은 대상에 대한 진행형 묘사나 논증으로 객관화시킬 수 없는 통찰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자의형 구조의 다큐멘터리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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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것보다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일수록 좋다. 가령, 작품의 주제를 ‘애국’이라 생각하기보다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것이 과연 앵국인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그편이 훨씬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구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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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니라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인터뷰이의 발언 내용을 드라마 대사처럼 일방적으로 써넣을 수는 없다. 그래서 구성안에서는 인터뷰어의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누구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할 것인지 지시하는 것은 기대하는 답변의 범주를 그려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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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가 바뀌면 반드시 풀숏을 찍고, 건물은 외경을 찍어놓는다. 간판이 있는 건물이면 간판도 찍어놓는다. 어떻게 편집될지 모르니 공간의 각 부분을 여러 각도와 여러 사이즈로 찍어놓는다. 인물의 연속적인 행위를 원 테이크로 가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인서트 컷을 반드시 찍어놓는다...가장 흔한 예로는 주요 인물들의 대화 속에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이 등장한다면 그 아들의 사진을 따로 촬영해놓는 식이다. 이런 기본은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편집할 때 보면 외경이 없어서 장면 전환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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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간격으로 끊어 타임코드를 넣어주어야 한다. 말을 잘라 배치할 때 프리뷰 노트상으로도 그 분량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몇 년씩 장기적으로 촬영한 작업량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럴 경우 주요한 인물의 인터뷰를 잘 고랄내기 위해 인터뷰 녹취록은 인물별로 따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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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구성안에서는 전체 흐름에서 논리에 단락이 생기거나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소제목을 붙여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쓰는 사람 자신이 그 시퀀스 혹은 신의 용도를 명확히 인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하면서 작업해야, 각각의 이야기 단위마다 분명한 변곡점이 생겨 관객들이 이야기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다...변화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뜻이다...편집구성안의 그 변화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함으로써 이야기를 영상으로 완성시키는 작업 지시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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